美기지 조기반환 추진에 침묵하는 美…트럼프 “지켜보자” 원론적 언급만

입력 2019-09-01 09:48 수정 2019-09-01 12:56
우리 정부가 한국 내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미군기지 반환 요청과 관련한 질문에 “글쎄,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단 두 문장짜리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발언이 미국 정부가 내놓은 반응의 전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보겠다”고 말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갔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했거나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밝힌 것은 한·미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이번 상임위 결정이 한·미 안보 현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하면서 철회를 요구하는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에 맞서 우리 정부가 분담금 협상을 대등하게 이끌기 위해 미군기지 조기 반환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 국방부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소미아 문제로 촉발된 한·미 갈등이 봉합될 수도 있고,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주한미군이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용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미군기지 조기 반환 방침을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군기지 반환 문제는 한·미 간에 논의하고 있던 사안이라 정치적 폭발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31일 “미국은 한국이 조기 반환 카드를 꺼낸 배경과 추진 방향, 전망 등에 심사숙고하느라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정부의 조기 반환 방침을 미묘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내놓은데 대해 미국 정부가 불만을 느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