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코인이 능숙한 원딜

입력 2019-08-31 21:15 수정 2019-08-31 21:21

죽지 않는 것은 원거리 딜러의 기본 덕목이다. 대미지를 욱여넣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순같지만 잘 피하고 잘 때리는 선수가 좋은 원거리 딜러다. SK텔레콤 T1 ‘테디’ 박진성이 안정적인 위치에서 맹폭을 퍼부어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SKT는 31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그리핀을 세트스코어 3대 1로 격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스프링 시즌 챔피언이 첫 번째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결승전 MVP의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 4세트 동안 단 한 차례 데스도 허용하지 않았다. 1세트 1킬 0데스 4어시스트, 2세트 4킬 0데스 2어시스트, 3세트 0킬 0데스 2어시스트, 4세트 8킬 0데스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박진성의 절묘한 위치선정은 그리핀 딜러들을 골치 아프게 했다. 팀에 ‘죽지 않는 원딜’이 있으니 대규모 교전 승리는 예견된 결과였다.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건 아니었다. 때로는 과감한 공격으로 그리핀을 위축시켰다. 2세트에는 대치 상황에서 ‘바이퍼’ 박도현(애쉬)에게 일격을 날린 플레이는 백미였다. 박도현만 바라보며 후반을 도모했던 그리핀의 청사진이 찢어졌다. 수적 우위에 선 SKT가 내셔 남작 버프를 둘렀고, 급격하게 스노우볼이 굴러갔다.

한 개의 목숨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걸 ‘원코인 플레이’라고 표현한다. 과거 오락실에서는 탄막 슈터 게임 등의 원코인 플레이가 하나의 도전과제처럼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이날 박진성이 원코인 플레이를 달성한 게임은 스케일이 더 컸다. 그는 ‘꿈의 무대’ LCK 결승에서 우승이란 목표를 클리어했다.

봄과 여름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그는 이제 마지막 스테이지인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만을 앞뒀다. 지난 5월 중간보스 스테이지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는 쓴 맛을 봤다. 두 번째 우승으로 권토중래에 성공한 박진성이 롤드컵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관심이 간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사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