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이 스프링에 이어 서머 시즌의 왕좌까지 차지했다.
SKT는 31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그리핀을 세트스코어 3대 1로 제압,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4월에도 그리핀을 꺾고 스프링 시즌을 우승한 바 있는 SKT는 이로써 올해 LCK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다.
SKT의 ‘도장 깨기’가 성공했다. 기승전결이 유독 뚜렷했던 여름이었다. 스프링 챔피언은 시즌 초 메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5연패에 빠지는 등 큰 위기를 맞았다. 이들이 제 궤도에 오른 것은 정규 시즌 1라운드 말미, KT 롤스터전 이후부터였다. 9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회복한 이들은 4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고,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가까스로 포스트 시즌에 합류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제 기량은 포스트 시즌에 만개했다. SKT는 와일드카드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2대 1로 이겨 첫 번째 도장을 깼다. 이어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을,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담원 게이밍을 각각 3대 0으로 잡아 결승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이날 그리핀까지 3대 1로 쓰러트려 전례 없는 도장 깨기를 완성했다.
그리핀은 3연속 준우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그리핀은 2018년 서머 시즌, 승격과 동시에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당시 ‘슈퍼팀’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KT에 석패해 첫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올해는 두 차례 정규 시즌 1위에 올랐지만, SKT에 스프링·서머 시즌 결승전을 연달아 패배해 3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SKT가 33분 만에 기선을 제압했다. ‘클리드’ 김태민(엘리스)이 간결한 갱킹으로 상체 균형을 무너트렸다. ‘쵸비’ 정지훈(사일러스), ‘도란’ 최현준(모데카이저)을 두 차례씩 잡아낸 김태민은 드래곤 버프까지 독식했다. SKT는 안정적인 운영으로 상대와 성장 격차를 벌렸다. 이들은 33분경 미드에서 4킬을 더한 뒤 그리핀의 날개를 꺾었다.
SKT는 상대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세트에 임한 SKT는 후반에 강력한 조합의 색깔을 살렸다. 그리핀이 바텀 듀오의 선전을 바탕으로 역전을 도모했으나, SKT의 집중력이 한 수 위였다. 이들은 25분경 ‘바이퍼’ 박도현(애쉬)을 처치한 뒤 승기를 잡았다. 내셔 남작 전투에서 승리한 SKT는 ‘칸’ 김동하(카밀)의 백도어와 함께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리핀도 완패만은 막겠다는 각오로 3세트에 반격했다. 제이스·엘리스·레넥톤으로 상체를 꾸린 그리핀은 챔피언의 강점을 잘 살렸다. 경기 초반 상체 싸움에서 이득을 챙긴 그리핀은 드래곤 버프를 챙겨 승기를 굳혔다. 이들은 내셔 남작 둥지로 SKT를 유인한 뒤 급습, 4킬을 더했다. 직후 상대 넥서스까지 도달했다.
전열을 가다듬은 SKT가 4세트에서 시리즈를 매듭지었다. 초반 김태민(트런들)이 탑과 바텀에서 연속 갱킹을 성공시켰다. SKT는 화염 드래곤 3스택을 빠르게 누적했다. 22분경에는 내셔 남작을 사냥했다. 그리핀 챔피언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28분, 올여름 종로를 호령했던 괴수의 숨통이 끊어졌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사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