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중심의 축구가 한창 득세했을 때 이를 무너뜨린 게 ‘킬 패스 앤드 러시(Kill Pass and Rush)’다. 킬 패스 앤드 러시는 티키타카에 대항한 전술이다. 전방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볼을 빼앗은 뒤, 단 한 번의 패스로 공격수에게 볼을 배급해 골을 넣는 방식이다.
많은 팀들이 이 방식으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거함을 격침시켰다. 킬 패스를 찔러 넣는 선수는 보통 프리 롤(free role)을 부여받는다.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함이다.
그리핀에게도 이 같이 ‘킬 패스’를 넣을 선수가 절실하다.
31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이 열린다. 지난 봄 결승에서 만났던 SKT와 그리핀의 재대결이다.
김대호 그리핀 감독이 평가하는 SK텔레콤 T1은 완벽에 가까운 팀이다. 지난 27일 열린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그는 “SKT의 밸런스가 대단하다. SKT는 특이한 것에 기대지 않고, 기본기만 엄청나도 세계를 재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SKT의 MVP를 뽑기가 쉽지 않다. 다섯 선수가 모두 역할대로 잘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LCK 결승에서 ‘거함’ SKT를 상대로 킬 패스를 찔러 넣을 그리핀의 적임자는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다. 서포터 포지션은 비교적 역할이 자유로워, 언제든 다른 라인에 개입할 수 있다. 때론 정글러같이 다른 라인에 개입할 수 있고, 정글-라이너간 2대2 전투에서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큰 득점으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손시우는 “지금까지 결승에서 진 이유는 상대보다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력을 쌓았고 자신감도 있다.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우승을 자신했다. 그는 “이길 생각밖에 없다. 결승전도 결승전이지만 롤드컵도 남아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결승에 오른 두 팀은 올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결승에 좀 더 동기부여가 되는 건 그리핀이다. LCK 무대에 오른 뒤 3번의 시즌에서 3번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핀은 독기를 품었다. 결승 대진이 결정된 뒤 연습과 전략 논의로 쉬는 시간이 모두 지워졌을 정도다. 지난 스프링 때 많은 이들이 그리핀의 우승을 점쳤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왔다. 이로써 그리핀은 ‘방심’이라는 두 글자를 완전히 지웠다.
그리핀은 선수들의 자세를 교정하는 작업까지 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만큼 이번 결승이 간절하다. 그리핀이 끝내 떼지 못했던 마지막 한 걸음을 전진할 수 있을까. 결승은 오후 4시에 시작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