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미끼’ 문 마약 구매자는 무죄

입력 2019-08-31 10:02
마약. 연합뉴스

대마초를 사오면 성관계를 해주겠다는 유혹에 빠진 2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마약류관리법상 마약 혐의로 기소된 A씨(26)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경찰이 범죄를 유발해 범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 측은 이 같은 논리로 검찰의 공소 제기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A씨는 지난해 2월 온라인 검색으로 알게 된 대마 판매책에게 돈을 주고 대마를 구매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여성인 척하며 대화방을 만들고 마약이 있으면 성관계를 하겠다는 취지로 A씨에게 접근했다.

이에 A씨는 온라인 검색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뒤 경찰이 알려준 주소지로 갔고, 그 자리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에게 체포됐다.

1심도 경찰이 A씨의 범행을 유인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범행의 기회를 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계략 등을 써서 A씨의 범죄를 유발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경찰관이 A씨가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유혹해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미 채팅 과정에서 마약을 갖고 있거나, 마약 투약한 사람, 마약 판매상을 유인해 검거하는 것은 적법하지만 A씨 사례처럼 마약을 사도록 부추긴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화로 마약류 소지·투약, 판매 혐의가 없음을 확인하면 수사는 멈춰야 한다”며 “A씨의 성적 욕망을 이용해 대마 매수로 나아가게 하고 그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삼은 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