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조기반환 추진이 논의됐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청와대는 “정해져있던 절차를 신속히 이행한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0일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고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NSC 상임위원들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NSC 상임위는 특히 용산기지의 반환 절차를 올해 안에 개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지 반환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원주·부평·동두천 지역의 4개 기지(캠프 롱, 캠프 이글, 캠프 마켓, 캠프 호비 사격장)에 대해서도 최대한 조기반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이번 발표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이후 한미 간 불협화음이 감지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청와대의 이번 발표가 이뤄진 것을 두고 ‘대미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에 청와대는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28일에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미국의 거듭된 ‘실망과 우려’ 표명이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날 청와대의 ‘주한미군기지 조기반환 추진’ 발표도 미국을 향한 우리 정부의 불편한 기류를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이미 정해져 있던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가 아니며 이미 미국과 논의가 된 사안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환이 예정됐던 미군기지 80개 중 지금까지 54개가 반환됐고 26개가 남았는데, 계속 진행이 돼오던 것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환개시 및 협의-환경협의-반환건의-반환승인-이전의 5단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반환개시 및 협의’는 이미 이뤄졌고 ‘환경협의’ 단계에서 지연이 되던 기지들에 대해 ‘반환건의’ 착수 단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한미 안보현안과 연결 짓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