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조국아, 그만하자”… 이진경 “희룡아, 그렇게 살지마”

입력 2019-08-30 17:25

원희룡 제주지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친구 조국아, 이제 그만하자”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들과 서울대 82학번 동기인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희룡아, 그렇게 살지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진경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희룡아, 욕 먹을 각오하고 한마디 하겠는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라며 “노동운동 접고 고시봐서 하필이면 검사 한 건 사회주의 붕괴 탓이려니, 또 나름 생각이 있어서려니 했다. 그러다 정치 해보겠다고 하필이면 한국당 전신에 들어간 것도 뭔가 사정이 있으려니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친구라면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도 뭔가 이유가 있으려니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해서)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면서도 “법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확인된 거라곤 하나도 없는 여론에 편승해 ‘친구’란 이름으로 친구를 비난하는 건 실망스럽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우정의 이름으로 친구를 궁지로 모는데 눈치보다 기어이 숟가락 얹는 꼴처럼 우정에 반하는 추태는 없는 거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친구의 충직한 충언이라 할것도 없는 말 아니냐”라며 “정치도 좋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야 되겠니? 네가 참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이 새삼 든다. 제발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적었다.

SBS방송화면캡처

앞서 원 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 ‘원더풀TV’에 ‘친구 조국아 이제 그만하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나름 순수했던 우리 동시대 386(세대를)을 욕보이지 말고 부끄러운 줄 알고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친구로서 조국 후보에게 권한다. 대통령이 강행해 문재인의 조국이 될지 모르지만, 국민의 조국으로서는 이미 국민들이 심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영논리 편싸움에서 밀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밀고 가야 한다’는 이 논리 자체가 편 가르기 진영 논리고, 꼰대 집권 386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쌍시옷 386’이 될 수 있다”며 “조국을 민심의 이반에도 밀어붙이면 형식적인 장관이야 되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정권의 종말을 앞당기는 역풍(이 될 것이다), 민심 이반이 어마어마한 감당이 안 되는 수준으로 밀려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조국을 비롯한 집권 386(세대가) 자기 욕심은 욕심대로 챙기며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자신들이 진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이고 시차 적응을 못 하는 화석화된 80년대 운동권 이데올로기가 너무나 안타깝다”며 “집권 386 또는 이념을 고집하는 386이 진보 꼰대라고 생각하고 그런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진경 교수 페이스북 전문.

희룡아, 내 친구로서 욕 먹을 각오하고 한마디 하겠는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노동운동 접어치우고 고시 봐서 하필이면 검사 한 거야, 사회주의 붕괴 탓이려니, 또 나름 생각이 있어서려니 했다. 그러다 정치 좀 해 보겠다고 하필이면 한국당 전신인 수꼴당(자민당인가?)에 들어간 것도 뭔가 사정이 있으려니 했다. 제주지사하면서 병원영리법인 허용하고 개발정책 밀고 나고 한 것도 정치하려면 저래야하나 했다.

친구라면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도 뭔가 이유가 있으려니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근데 법을 전공했다는 넘이 확인된 거라곤 하나도 없는 기레기 기사와 그걸 따라가며 만들어진 여론에 편승하여 ‘친구’란 이름으로 친구를 비난하는 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우정의 이름으로 친구를 궁지로 모는데 눈치보다 기어이 숟가락 얹는 꼴처럼 우정에 반하는 추태는 없는 거 같다. 더구나 네가 한 말은 너 아니어도 지겨울 정도로 너무 많이들 말하고 있는 말이니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친구의 충직한 충언이라 할것도 없는 말 아니냐? 정치도 좋고 계산도 좋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야 되겠니? 그런 사람이 나서서 하겠다는 정치만큼 잔혹한 게 없었음을 누차 보았기에 네가 참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이 새삼 든다.

머 말해도 듣지 안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다. 제발 그렇게 살지 마라.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