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터리 둘러싸고 SK-LG 대대적 소송전

입력 2019-08-30 15:46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에 대한 ‘특허침해’ 제소를 하기로 했다. LG화학이 지난 4월 30일 ‘영업비밀침해’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지 4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LG도 그간 자제한 특허침해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둘러싸고 재계 3·4위 그룹사가 대대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전자는 연방법원에 각각 제소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 미국 법인에 대해 “배터리 사업의 직접 경쟁사로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LG전자까지 소송 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는 “LG전자가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 등을 생산, 판매해 부득이하게 동시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6월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상대로 하는 ‘채무부존재(영업비밀 침해 없음) 확인’과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침해를 바탕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LG화학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만 할 뿐 구체적인 침해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소송을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 중 많은 부분이 특허 침해에 해당해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LG화학·전자는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보고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LG화학은 입장문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이에 따른 보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어야 대화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양사 특허 수는 3월 말 현재 LG화학 1만6685건, SK이노베이션 1135건이다.

정부는 지난 4개월간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중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양측 입장 차가 워낙 크고 정부를 통한 간접 소통 과정에서 서 감정의 골만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담판을 짓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