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가능국 추진에 속도 내나…‘공격용’ 장거리순항미사일 도입 추진

입력 2019-08-30 15:39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14일 일본 사이타마현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이 ‘공격을 당했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戰守防衛)’ 원칙 훼손 우려에도 장거리 순항 미사일의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장거리 순항 미사일은 멀리 떨어진 적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하는 일본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이 30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요구서에는 ‘스탠드오프(standoff) 방위능력’을 확보하겠다며 F-35A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미사일인 JSM을 취득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탠드오프 미사일은 상대국의 위협 범위 밖에서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이다.

JSM 취득이 방어를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적국의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공격 능력도 있어 이에 대해서는 일본 내부에서도 지적이 많다. 사정권 밖에서 적국의 기지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JSM 취득은 일본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JSM 이미지 [일본 방위성 제공=연합뉴스]

이런 문제 탓에 장거리 순항 미사일 보유는 전력 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전력 보유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유사시에 자위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침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스탠드오프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위성 출신 야나기사와 교지(柳澤協二) 전 내각관방 부(副)장관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적이) 멀리서 공격할 경우 외딴 섬 방위 등을 위해 쓸 것이므로 전수방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상대방 국토에 있는 목표를 공격할 수 있고 미국이 그런 목적으로 개발한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내년도 예산에 JSM 취득 비용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일본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위성은 방해 전파를 내보내 적을 효과적으로 교란하고 자위대의 항공 작전을 지원하겠다며 스탠드오프 전자전(戰) 항공기 개발 비용으로 207억엔(약 2348억원)을 예산으로 요구했다. 또 우주공간, 사이버공간과 더불어 전자파 관련 분야를 육해공이라는 기존의 분류를 넘어 새로운 방위 체계가 필요한 영역으로 규정하며 항공자위대에 ‘우주작전대’(가칭)를 신설하고 육해공 자위대 합동으로 구성한 사이버 방위대를 확대 개편하는 등 새로운 영역의 확대도 꾀하고 있다.

방위성이 요구한 주요 장비의 증강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전자전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적을 공격하는 데 쓸 수 있어 전수방위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모함급 호위함으로 평가받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가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앞바다인 사가미(相模)만 해상에서 열린 관함식 사전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새로운 지상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 도입도 추진하는 등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데도 전력을 쏟는다.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호위함인 이즈모를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이즈모와 함께 운용하기 위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전투기 6대를 사들여 작전의 유연성을 확대한다. 또 F-35A 3대도 추가로 도입한다.

이즈모 개조 사업은 대만 북동부에서 일본 규슈(九州) 남단에 이르는 난세이(南西)제도의 방위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놓고 영유권을 다투는 중국에 대응한다는 명목이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맞물려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F-15 전투기의 전자전 능력 등을 향상하는 사업과 F-2 전투기의 대함 작전 능력을 향상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전투기 부대의 작전 능력을 확대하도록 공중급유·수송기 KC-46A를 주축으로 하는 공중급유·수송부대를 새로 편성하기로 했다.

새로운 지상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위한 비용 122억엔(약 1385억원)도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2년 재집권한 후 일본 방위 예산은 이번까지 8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탈바꿈하도록 개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