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28일 주최한 ‘제2차 조국 교수 스톱(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보수 성향의 여러 정치인이 참석해 뭇매를 맞고 있다. 정치인 참여를 제한한 집회였으나 정준길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현장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 측은 집회 취지를 위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다.
총학생회는 촛불집회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인의 참석을 막아왔다. 따라서 집회 참석을 원하는 이들에게 서울대 학생증과 졸업증명서를 지참토록 하면서 정치색을 띠지 않도록 주의했다.
하지만 정 전 대변인은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해 현장 발언을 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긴 했으나 현직 정당인이기 때문에 집회 규칙상 참석할 수 없다. 그는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맡았던 인물로 당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제명당했다가 소송을 통해 당권을 회복했다.
총학생회는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집회 현장 발언자 중 현직 정당인이 포함된 것을 파악했다. 발언내용은 총학생회와 조율되지 않았으며 총학생회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해당 발언자에게 집회 취지를 위반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대변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정 전 대변인의 발언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그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집회 참석 사진을 올리면서 “청년들이여 참지 마라, 청년들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 자유를, 정의를 위해”라고 썼다. 그는 서울대 졸업생은 아니다.
류 전 위원은 비난 여론이 몰리자 재차 ‘내가 서울대 집회를 간 이유’라는 글을 올리면서 “젊은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고 있기에, 응원하기 위해서 갔다”며 “무엇이 잘못인가? 내가 간게 그리 겁나는가?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다. 개방하는 것이 당연하다. 오지말라면 안가고 하지말라면 안하고 그렇게 착하게 나태하게 전쟁하는가? 지금은 전쟁 중”이라고 적었다.
이밖에도 자유한국당 투쟁본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운영하는 ‘김문수TV’,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유튜브 ‘신의한수’ 등이 서울대 촛불집회를 생중계했다.
네티즌은 서울대 촛불집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설령 이들이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색을 배제하겠다는 집회 의도를 무시했다는 이유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