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수영장을 이용할 때 별도의 지침이나 안내 없이 동성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거나 이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인에게 동성의 보호자가 없더라도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남성 발달장애인 A씨(30)는 지난해 8월 모친과 함께 인천에 위치한 시설관리공단 산하 체육센터 수영장을 방문해 자유 수영 프로그램을 이용하려 했지만 입장을 거절당했다. 동성의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3년가량 동성 보호자와 함께 해당 수영장을 종종 찾았고, 탈의실을 혼자 이용한 경험도 있었다.
체육센터 측은 “A씨가 동성 보호자 없이 홀로 탈의실과 샤워실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고, 안전 문제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입장을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센터에는 A씨를 보조할 수 있는 남성 인력이 부족해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수영장에서 안전사고는 비장애인에게도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발생하기에 안전상 이유로 A씨의 입장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3년간 수영장을 이용하며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인권위는 해당 체육센터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시설로서 장애인에 필요한 보조 인력을 배치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안전사고의 위험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A씨의 개별적·구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성 보호자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수영장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차별 행위”라고 했다. 인권위는 해당 체육센터장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장애인에게 동성의 보호자가 없더라도 수영장 이용을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지자체장과 시설관리공단이사장에게는 이 같은 장애인 차별 행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