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특허 침해 소송에 LG, “본질은 이해했나?” 응수

입력 2019-08-30 10:49 수정 2019-08-30 13:33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대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특허 침해로 국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LG전자에 미국에서도 맞소송을 제기한다. LG화학은 즉각 입장문을 내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송을 제기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미국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반격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LG전자도 함께 연방법원에 제소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직접 경쟁사로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LG화학뿐 아니라,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 등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LG전자도 소송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SK 측은 소송 접수를 완료하면 LG 측이 침해했다고 보는 특허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보도자료를 통해 “LG화학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만 할 뿐 구체적인 침해 내용을 밝히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 소송을 했으나, 자사는 소송 목적도 명확히 특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 중 많은 부분이 특허 침해에 해당해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하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화학은 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고 3시간 후 낸 입장문에서 LG화학은 또 “LG화학의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반해 경쟁사(SK이노베이션)은 1135건으로 양사간 14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인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능력에서 앞서 있으며, 특허권을 침해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LG화학은 “이번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경쟁사가 제기한 소송이 근거 없음을 밝히는 것을 넘어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조만간 법적 조치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대화의 책임은 상대에게 넘겼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국민 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서 의미가 더 크다는 게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전향적으로 언제든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도 “그동안 경쟁사로부터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만약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을 밝힌다”고 응수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