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생산·투자 늘었지만 경기 지표는 두 달 연속 동반 하락

입력 2019-08-30 10:19
소비는 두 달 연속 부진한 흐름
경기 지표도 두 달 연속 동반 하락

지난달 생산과 투자 지표가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화학 분야를 비롯한 광공업을 위주로 생산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다만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무더위로 인해 올여름을 앞두고 냉방 가전을 미리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흐름지표도 두 달 연속 동반 하락해 경기 회복 기대감이 다소 주춤해졌다.

통계청은 30일 ‘7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2% 상승했다. 지난 5~6월 하락세를 보이다가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광공업 생산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2.6% 늘었다. 2016년 11월 4.1% 오른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신차 출시 효과로 자동차 생산이 6.3% 늘었다. 일부 화학 제조업체 공장 보수작업이 끝나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화학제품 생산도 7.3% 늘었다.

다만 전자제품 생산은 2.8% 감소했다. 반도체의 경우 출하량이 전월보다 4.1% 줄었고, 재고는 10.9% 늘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반도체 생산이 꾸준히 늘고 있어 재고도 동반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8%로 전월보다 2.6% 포인트 올랐다.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2.1% 증가했다. 지난 4월(4.4%) 이후 가장 증가폭이 컸다. 기계류(-1.0%)에서 감소를 기록했지만, 자동차 등 운송 장비(11.3%) 투자가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하락 흐름을 보이는 지표도 있었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이 2.3% 감소했다. 건축(-2.0%)과 토목(-3.1%) 공사 실적이 줄어든 탓이다.

소비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0.9% 감소했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가 각각 2.0%, 1.6% 감소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 무더위로 올해는 여름 이전 냉방 가전제품을 미리 사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가전제품 소비가 소폭 줄었다. 일부 가전업체의 건조기 성능 문제가 불거지면서 장마철에 건조기 구매도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소비 지표고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부 소비자들이 LG전자 건조기의 콘덴서 내부에 먼지가 쌓이고 물과 섞여 냄새가 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소비자원의 현장 조사 결과, 건조기 50대 중 11대에서 자동 세척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로 먼지가 쌓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LG전자는 지난 29일 악취가 나고 먼지가 끼는 문제가 생긴 의류 건조기를 전량 무상 수리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시정 권고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145만대의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와 향후 경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도 동반으로 부진했다. 생산 투자가 ‘반짝 상승’을 보였지만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 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3 포인트 하락했다. 두 지표 모두 2개월 연속 하락세다.

김 과장은 “지난달 생산지표가 좋았지만 소매판매와 건설기성이 감소했기 때문에 경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했다”며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경기 기대·전망 지수 하락폭이 커졌다. 당분간 선행지수 하락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