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전쟁에 이어 사수전까지…인터넷 장악한 ‘조국’

입력 2019-08-30 05:22 수정 2019-08-30 08:4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27일부터 조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이하 실검)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조 후보자를 옹호한 유명 인사들의 이름도 실검에 잇따라 오르내리고 있다. 인터넷은 조 후보자의 논란으로 가득 찼다.

검색어 운동은 지난 27일 ‘조국 힘내세요’로 시작됐다. 조 후보자 지지자들은 27일과 28일 이틀 연속 ‘조국 힘내세요’를 검색어에 올렸다.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이에 맞서 ‘조국 사퇴하세요’를 실검에 올렸다.

29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인 ‘젠틀재인’을 비롯해 ‘클리앙’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과 같은 단어들을 검색하도록 독려했다. 이날 한 네티즌은 딴지일보 게시판에 ‘한국언론사망 성명서’라는 게시물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게시물엔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온라인 시민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이 네티즌은 “우리 언론이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낼 거라고 기다렸다”며 “언론의 자유도가 올라가도 신뢰도는 4년 연속 전 세계 최하위다. 멀어지는 간극을 메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언론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은 또 “당신들이 쓴 기사에 책임져라. 함부로 펜대 굴리지 말라. 언론의 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당신들은 부끄러워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1시15분을 기준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엔 ‘한국언론사망’이 실검 1위에 올랐고 2위와 3위엔 ‘정치검찰 아웃’과 ‘가짜뉴스 아웃’ 등이 랭크됐다. 이는 조 후보자의 의혹을 제기한 집단을 비판하자는 뜻으로 ‘정치검찰 아웃’이라는 검색어도 순위에 올리자는 의견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이같은 검색어는 유지되고 있다. 30일 오전 4시 30분 다음엔 ‘한국언론사망’이 4위에 랭크됐고 네이버엔 ‘가짜뉴스 아웃’이 9위에 올라있다.

조 후보자를 옹호한 유명 인사들도 실검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음엔 오전 4시 현재 ‘문준용 조국 딸’이 1위에 올랐고 네이버에도 ‘조국 아들’이 3위에 랭크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한 소신을 전했기 때문이다.

준용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자식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건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식의 실력과 노력이 폄훼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분명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 텐데 사람들은 그의 노력을 말하지 않고, 그의 부모만 말하고 있다”고 한 준용씨는 “그동안의 자기 인생이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경험자로서 주장하자면 최소한 실명은 거론하지 말자”고 한 준용씨는 “당사자가 이 글을 본다면 기자들이 달려드는데 혹시 한마디라도 실수할까봐 숨죽이며 숨어 다니고 있다면 나는 그랬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원한다면 목소리를 내도 된다. 지금은 부모님의 싸움이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이건 부당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음 실시간 검색어엔 2위엔 유시민 조국이 올랐다. 이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방송을 통해 조 후보자를 옹호하면서 검찰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2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을 무너뜨리려 하는 욕망이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며 “심각한 위법 행위나 직접 책임질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사퇴할 것이라고 보는데 지금까지 그런 것들이 하나도 드러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전날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충정은 이해하나 심한 오버였다. 아주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였다”며 “검찰이 조 후보자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가 직접 책임져야 할 상황이 한 개도 없다”고 한 유 이사장은 “스릴러에서 악당들이 주인공을 제압 못 할 때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이 가족을 인질로 잡는 거다. 이쯤에서 ‘네가 안 물러나면 가족을 건드릴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6학기 동안 1200만원 장학금을 준 것이 뇌물 혐의가 있다고 압수수색을 했다. 얼마나 웃기냐”며 “하다못해 조 수석이 흰색 봉투에 이력서든 돈이든 넣어 누구를 줬어야 그게 뇌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도 “자유한국당의 손길이 어른어른하고 있다”며 “서울대생들이 집회에 더 많은지, 서울대생 집회를 구경하러 온 한국당 사람들이 더 많은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