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연정 협상과 관련해 주세페 콘테 현 총리에게 차기 내각 총리를 맡기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정당이 연정 구성에 성큼 다가서면서 기존 연정 붕괴를 촉발한 극우 성향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내각에서 쫓겨나는 ‘낙동갈 오리알’ 신세가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부 장관)와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는 28일(현지시간)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연정 관련 협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디마이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콘테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민주당의 진가레티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증오와 공포의 계절을 끝내겠다”며 “(새 연정 수립은)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콘테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면 장·차관 배분과 핵심 정책을 타결짓기 위한 연정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된다. 콘테 총리는 오성운동과 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내각 명단과 정책안을 마련해 마타렐라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하원과 상원 표결에서 가결되면 새 연정이 공식 출범하게 된다. 현재 의회에서 두 당의 의석수가 과반을 넘는 만큼 협상에서 합의가 되면 표결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의회에서 ‘견원지간’이었던 두 당이 2020년 예산안을 비롯한 핵심 정책안과 주요 장·차관 인선을 놓고 갈등을 되풀이할 경우 연정 협상이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오성운동은 복지 정책에 있어서는 좌파에 속하지만 EU에 의한 예산안 감독, 난민 유입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좌우 가리지 않고 기성 정치체제의 부패와 엘리트주의 싸잡아 비판하는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 우호적인 전통적 정당이기 때문이다. 오성운동이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집권정당에 오르기까지 가장 치열하게 싸운 대상이 바로 민주당이었다. 하지만 두 당은 이번에 살비니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화해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일간지 ‘스탐파’는 “만약 오성운동이 그들의 정체성을 중도로 세우고, 민주당이 이민자 유입과 관련해 더 높은 관문을 세운다면 이들의 동거가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이탈리아에서 실험이 성공한다면 유럽 전체에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험이 실패하면 살비니 대표가 다시 나서게 된다. 살비니 대표는 “이탈리아 국민은 곧 자신의 뜻을 관철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며 연정 협상 좌초에 따른 조기 총선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