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대규모 홍콩 시위를 앞두고 중국 군 당국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했다. 연례적인 절차이지만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상황이어서 중국 본토의 무력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제스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홍콩 경찰은 이번 주말 집회와 시위를 전면 불허할 방침이어서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우려된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이날 새벽부터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시작해 오전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이번 주둔군 교체는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22번째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절차이며, 선전과 홍콩 접경의 여러 통로를 통해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신화통신은 선전과 홍콩 접경인 황강 검문소를 통해 중국군 장갑차와 군용트럭이 홍콩으로 진입하고, 스톤커터스 해군기지 부두에 병력을 태운 군함이 정박해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마카오 주둔군도 20번째 교체 작업을 마쳤다.
홍콩 주둔군은 “홍콩의 일국양제 정책과 홍콩의 기본법, 주둔군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확고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벽에 중국군이 홍콩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SNS) 등에 퍼지면서 중국 본토의 군병력이 시위 진압에 투입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이번 주말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집회와 시위를 불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민전)은 오는 31일 오후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 집회 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31일은 중국이 영국과의 홍콩 주권반환 협정에서 합의한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어기고 간접선거제를 결정한지 5년째 되는 날이다.
홍콩 경찰 소식통은 “31일 집회와 행진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며 “지난 주말 시위에서 투척된 화염병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민전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모두 불허하기는 처음이어서 더 큰 충돌을 초래하는 빌미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주말을 넘겨 9월부터는 총파업과 동맹휴학도 예고돼 있다.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대표는 홍콩 정부가 31일까지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일과 3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파업과 함께 침사추이 솔즈브리가든 공원과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 등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5일 총파업때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항공편이 대규모 결항하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또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다음달 2일부터 2주간 동맹 휴학을 예고했고, 홍콩 시내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수업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열린 홍콩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검은 옷과 헬멧, 마스크를 착용한 수백 명의 재학생들이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입생들에게 동맹휴학 참여를 촉구했다.
한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해 사실상 ‘계엄령’에 가까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홍콩 각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버나드 찬 의장은 긴급법 적용 여부와 관련, “우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는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 전면 봉쇄는 미친 짓이며, 홍콩 기업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중 자유당을 이끄는 펠릭스 청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긴급법이 도입된다면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투자는 철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