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발 ‘불황의 먹구름’ 덮친다…내수기업 업황, 10년 만에 최저

입력 2019-08-29 16:16
“보호무역기조 지속 … 제조업 생산 회복에 소요 시간 길어질 가능성”


제조업발 불황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제조업의 경기 부진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켜진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악재가 많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9년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업황 BSI는 68로 전월대비 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이다. BSI는 100 이상이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 이하인 경우는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특히 내수기업은 심각했다. 8월 BSI는 62로 2009년 3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도 59로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의 악화는 미·중 무역분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내수기업 BSI의 하락 모두 전자·영상·통신장비의 부품업체들이 ‘업황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자·영상·통신장비는 반도체와 통신 분야를 포함한다.

세계 주요국의 제조업 생산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최근 주요국 제조업 생산 부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주요국 제조업 생산 둔화세는 뚜렷하다.

제조업 생산 수축 국면별로 보면 2017년 12월~2019년 5월 사이 글로벌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3.3%였다. 직전 수축 국면(2014년4월~2016년 5월)과 비교한 수치다. 같은 기간 유로 지역은 -9.6%, 일본은 -3.3%, 중국은 -1.5% 감소했다. 기업의 전반적인 생산업황을 나타내는 글로벌 제조업PMI는 올들어 50 을 밑돌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수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잠정치)는 49.9를 기록했다. 지난달(50.4)보다 0.5 떨어졌다. PMI는 기업의 구매 책임자들을 설문해 경기 동향을 측정하는 지표다.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50보다 낮으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미국의 제조업 PMI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의 부진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먼저 꼽힌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 교역 둔화 → 경제주체 심리 위축 →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조업 부진이 선진국과 신흥국간 분업체계를 약화시키면서 당분간 경제 회복세를 보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외에도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홍콩 사태, 아르헨티나 금융 불안 등 곳곳이 세계 경제의 ‘지뢰밭’이다.

한은 보고서는 “글로벌 보호무역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조정을 수반할 경우, 제조업 생산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