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투입→경제 성장→재정 건전성 회복’
정부 단기 적자 용인하더라도 선순환 노려
내년 통합재정수지 적자폭 당초 예상 보다 63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3%대 돌파
내년 예산의 핵심 기조는 경기 부양을 위해 ‘단기 적자’도 감수한다는 것이다. 수입 대비 지출이 대폭 늘면서 재정건전성 지표가 악화한다. 국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인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내년 적자 전환 폭이 당초 계획 보다 63배 증가한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또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밑으로 내려간다. 2023년에는 국가채무가 1000조를 돌파하며 국가채무비율이 46.4%까지 오른다.
그런데도 적자를 감수하는 배경에는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나랏빚을 늘려서라도 돈을 투입해 2021년 이후 버틸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재정건전성도 회복된다. 증세 없이도 수입이 늘어나고, GDP가 커져 국가채무비율도 내려간다. ‘재정 투입→경제 성장→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선순환이 정부가 기대하는 그림이다.
정부는 29일 내년도 예산안 513조5000억원을 확정했다. 올해 대비 9.3%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에 제시했던 2020년 예산 증가율(7.3%)보다 2% 포인트 늘었다. 정부 지출이 2년 연속 9%대를 기록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지출을 뒷받침할 수입이 좋지 않다. 당초 계획보다 지출은 늘지만 수입은 준다. 지난해 정부는 향후 5년간 재정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5.2%라고 예측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법인세 등이 덜 걷히면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재정수입 증가율은 연평균 3.9%에 그칠 전망이다.
‘적자 살림’은 곧바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국제 비교기준인 통합재정수지는 내년 31조5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통합재정수지는 적립금이 많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적자를 기록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수입 대비 지출이 큰 것이다. 지난해에 정부는 2020년 통합재정수지가 5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고 관측했었다. 그때 예측보다 적자폭이 무려 63배 커졌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내년에 GDP 대비 -3.6%를 찍는다. -3% 밑으로 내려가기는 2009년(-3.6%) 이후 처음이다. ‘40%대 초반’이라는 국가채무비율의 ‘체감 한계선’도 깨졌다. 국회에 승인을 요청한 ‘적자국채 발행 한도’는 6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39.8%까지 오르고, 2023년에 46.4%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800조원를 넘어선 뒤 2023년 1000조원를 돌파한다.
정부는 이런 ‘적자 흐름’을 감수하기로 했다. 현재 경기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021년 이후 경제가 다시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산업·중소기업·에너지와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두 자릿수 이상 늘렸다.
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면 ‘단기 적자 살림’도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정부 지출은 GDP를 키울 수 있다. GDP가 증가하면 ‘빚’을 낼 수 있는 여력도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이 감소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증세 없이도 세금을 많이 걷어 정부의 수입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 정부가 2021년 이후 세금이 잘 걷히고, 2022년부터는 예산지출 증가율을 다시 5.2%로 낮추는 이유다.
관건은 내년도 예산의 ‘경기 부양 효과’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궁극적으로 ‘적극 재정→경제 성장→세수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