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경우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이 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삼성이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판단됐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이란 이름의 말 3마리와 관련해 최씨에게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값 34억원을 뇌물로 봤다. 이 부회장의 2심은 말 구입액이 아닌 말 사용료 36억여원만 뇌물로 인정했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의 2심 때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범주에 들어갈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규모는 애초 2심에서 인정된 36억여원에 추가로 50억여원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회삿돈으로 구입한 말 3마리 값 및 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 횡령 혐의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뇌물 89억원가량이 유죄로 인정됐던 2017년 8월 이 부회장 1심 재판 때는 징역 5년이 선고됐었다. 대법원은 다만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재산국외도피 혐의 부분은 무죄를 확정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