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기 대학에서 강의 기회를 완전히 상실한 강사는 모두 783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704명은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강사였다. 실직 전업강사 대다수는 인문사회와 예체능 계열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을 분석해 29일 발표했다. 교육부가 대학 강사 고용현황을 실태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나선 이유는 강사 신분보장과 처우 개선안을 담은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강사 해고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달 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시간강사들이 담당하던 강의를 통·폐합해 대규모 강의로 만드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었다.
올해 1학기 강사 재직 인원은 4만692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학기 5만8546명 대비 1만1621명 줄었다. 강사들은 통상 복수의 대학에 출강한다. 중복 출강을 제외하고 대학 어디에서도 강의를 하나도 받지 못한 강사는 모두 7834명이었다. 이 가운데 강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강사는 4704명이었다. 나머지는 다른 직업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는 인원이었다.
인문사회와 예체능 강사들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 기회를 상실한 강사 4704명 가운데 인문사회 분야는 1942명, 예체능이 1666명이었다. 자연과학 633명, 공학 362명, 의학 101명이 뒤를 이었다. 인문사회와 예체능 분야를 합치면 3608명으로 76.7%다. 대학들이 교양 수업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강사법에 대응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교양 수업이 많은 인문사회나 예체능 분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들이 강사법 저촉을 받지 않는 겸임교수나 초빙교수를 늘리는 ‘풍선효과’도 확인됐다. 겸임교수는 지난해 1만8393명이었는데 올해 2만2817명으로 4424명 증가했다. 초빙교원도 같은 기간 7440명에서 7951명으로 511명 늘어났다. 대학들이 겸·초빙교수로 강사의 빈자리를 채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영남 지역에서 국립대와 사립대 한곳씩 출강하다 올해 강의 자리를 잃은 한 강사는 “생계가 막막하다. 아내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제자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자본의 논리로 강사들을 해고했는데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사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고자 만들어진 강사법이 현장에 안착돼 그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새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강의 기회를 잃은 학문후속세대 및 강사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연구 교육 안전망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