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인종·피부색 이유로 클럽 입장 제한은 차별”

입력 2019-08-29 12:00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종과 피부색 등을 이유로 클럽 출입을 제한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클럽에는 영업방침 개선을 권고했다.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을 제한한 클럽에 시정 권고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29일 “인종과 피부색 등을 이유로 인도계 미국인의 클럽 출입을 제한한 행위는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고객의 클럽 입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영업방침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인도계 미국인 A씨는 한국계 미국인 친구 B씨, 한국인 C씨와 함께 부산의 한 유명 클럽을 방문했다. 그러나 클럽에 입장하려는 A씨를 보고 클럽 직원은 B씨에게 “외국인은 입장할 수 없다”며 입장을 제지했다. 이에 A씨가 입장할 수 없는 이유를 물어보자 직원 중 한 사람이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에 차별을 받았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클럽은 “외국인 출입 시 음주 문화의 차이로 옆 테이블과의 마찰 및 폭력행위 등 수많은 외국인 사고 실태를 경험한 탓에 외국인에 대해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내고 있다”며 “인종이나 피부색에 따라 출입을 결정하는 게 아니고 외국인이라면 출입이 금지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클럽은 A씨와 함께 클럽을 찾았던 B씨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제지를 하지 않고 입장을 허용했다. 또 입장 시 별도의 내외국인을 구분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한국계 미국인이었던 B씨가 별다른 제지 없이 입장이 가능했던 점을 들어 클럽이 ‘출입제한 대상여부’를 외관상으로만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A씨의 클럽 이용을 제한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인권위는 “A씨와 일행들이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며, 한국인 친구와 함께 클럽을 이용하려 했으므로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해당 클럽이 A씨의 출입을 제한한 합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그간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음식점, 목욕탕 등의 상업시설 이용을 제한한 곳에 대해서는 시정을 권고해왔으나 주류 제공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클럽에 대해서는 시정 권고를 하지 않았다. 내외국인간의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다인종·다문화 사회에서 더 이상 종전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인종과 피부색 등을 이유로 한 클럽 이용 제한’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인권위는 A씨의 진정을 인용하고 해당 클럽에 영업방침 개선을 권고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