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부족이 ‘손목터널증후군’을 부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의 저림과 통증, 감각 무딤,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증상 등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여성은 정상 여성 보다 손목터널증후군 발병 위험이 약 2.3배 더 높았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의 경우 비타민D가 결핍되면 위험도는 5배 넘게 증가했다.
부족한 비타민D를 보충해주면 손목터널증후군 수술 후 회복에도 도움되는 걸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 공현식 교수팀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비타민D와 손목터널증후군의 연관성을 분석한 세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Journal of Hand Surgery)에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다년간에 걸쳐 연구·분석해 발표한 논문들은 해당 학술지 2016년 7월호, 2018년 3월호, 2019년 8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연구팀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2011~2014년 병원을 찾은 135명의 여성 환자(평균연령 56세)와 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 여성 135명(평균 연령 55세)을 대상으로 비타민D 수치와 손목터널증후군 사이 연관성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여성(20ng/㎖ 미만)은 정상 그룹(20ng/㎖ 이상)에 비해 손목터널증후군 발병 위험이 2.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에는 갱년기 이후 손목터널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좀 더 높아지는데, 50세 이상 여성에서는 비타민D 수치가 낮은 경우 손목터널증후군 발병 위험이 1.77배 더 높았다.
50세 미만 그룹에서는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한 영향이 더 컸는데, 손목터널증후군 위험이 5.0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비타민D 농도가 낮을수록 손목터널증후군이 더 이른 나이에 발병했다.
연구팀은 비타민D와 손목터널증후군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보통 손목터널증후군에서는 손목 내 결체(연결) 조직의 병적 변화가 나타나는데, 연구팀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수술받은 52명 환자의 손목 내 결체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을 오래 앓았거나 신경 손상이 심한 환자일수록 결체조직 혈관내벽 세포의 비타민D 수용체가 증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에대해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용체의 상향 조절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혈관 내벽세포와 결체 조직의 증식을 유발함으로써 결국은 터널이 비좁아져 손목터널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연구에서는 부족한 비타민D를 보충해주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 후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수술 전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한 뒤 비타민D가 결핍된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의 비타민D 보충제 치료를 통해 결핍상태를 교정했는데, 수치가 회복된 그룹은 손목터널증후군의 수술 후 결과를 평가하는 ‘상지 근골격계 기능장애 평가도구(DASH)’에서 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의 중요한 신경 중 하나인 ‘정중신경’이 좁아진 손목터널(수근관)로 인해 눌려서 손가락 저림과 감각 저하, 근육 약화를 초래한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콩팥질환 등과 관련 있지만 대부분 뚜렷한 원인 없이 발병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2013년 16만7000명에서 2017년에는 18만명으로 7.4%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주로 야간에 증상이 더 심해져 손이 저리거나 심한 통증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 감각이 떨어지고 힘이 약해져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불편함을 겪게 된다. 또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근육마비 같은 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 교수는 “비타민D는 뼈나 근육뿐 아니라 신경의 건강을 지키는데도 도움되는 만큼, 음식과 하루 일정 시간 햇볕 쬐기 등으로 공급받고 충분하지 않으면 영양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