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겨눈 檢수사에 ‘노무현 논두렁 시계’ 환기시키는 與

입력 2019-08-29 00:10 수정 2019-08-29 00:10
검찰 “수사 중립성 훼손할 수 있다” 우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두고 여권 인사들이 연이어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출석하고 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전격적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내세워 검찰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여권과 진보 진영의 아픈 상처인 노 전 대통령 수사와 조 후보자를 겨냥한 수사를 오버랩 시켜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여론전 성격도 있어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경기도 김포에서 열린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하계 워크숍에서 조 후보자 주변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어제 이전까지 나온 것은 언론의 과장 보도, 가짜뉴스라고 한다면 어제부터 나오는 뉴스들은 피의사실 유출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누가 출국금지 되었다는 둥, 부산에 있는 어떤 분이 대통령 주치의를 하는 데 기여를 했다는 둥 벌써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여러 개가 있다”며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수사)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갖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라며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5월 일부 언론이 ‘노 전 대통령 내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한 것을 말한다. 민주당은 전날 압수수색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고, 압수수색 당일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 선정 과정 의혹 보도가 나오자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정보를 흘리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분위기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주요 언론들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문건 내용, 후보자 가족 등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 웅동학원 관련 수사상황 등의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며 “이것이 가짜뉴스가 아니라면 결국 검찰로부터 새어나간 정보에 의한 보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의사실공표법 위반은 과거 검찰의 대표적인 적폐 행위였다”며 “흡사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보는 듯하다.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후에도 반복된다면 수사 관련 책임자인 중앙지검장이나 특수2부장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지휘 라인을 직접 겨냥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 역시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가 보름 동안 3만 건 정도가 보도됐다고 하는데, 조 후보자는 그것보다 더 많이 보도됐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의 보도량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친여권 성향인 소설가 공지영씨도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두렁시계 2’가 재현되고 있다. 이게 먹히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우린 조중동자한(조선·중앙·동아일보와 자유한국당을 의미)에게 영원히 개돼지가 되겠지”라는 글을 남겼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들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검찰 쪽에서는 “정치권의 도 넘은 비판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검사는 출입기자단에 “(주치의 선정 의혹 등) 언론보도는 검찰과 전혀 무관하고 해당 언론사가 검찰과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취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이 주장하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이 그동안 추진해온 노력을 해할 수 있는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