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앓는 어른들 급증…“치료 어려워 대인기피증 호소”

입력 2019-08-29 06:10

20대 이상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고 있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성인들은 직장 및 가사 생활로 인해 상대적으로 병원 방문과 주변 환경 개선 등이 쉽지 않아 치료 및 관리에 취약하다.
대개 유병 기간이 길고 중증 환자가 상당수여서 이들에 대한 치료환경 개선 및 사회생활 유지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피부과 배유인, 박경훈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근 아토피피부염의 경향을 조사한 결과 소아 및 청소년 환자는 줄어든 반면, 20대 이상의 성인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5년간 아토피피부염 전체 환자 수는 2014년 98만4064명에서 2018년 95만3361명으로 3% 줄었다. 연령별로는 0~19세 환자가 2014년 63만2601명에서 2018년 53만3879명으로 16% 감소했다.

하지만 20세 이상의 경우 2014년 35만8956명에서 2018년 42만8210명으로 19% 증가했다. 20대 이상 모든 연령에서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증가했다. 80대 이상이 57%로 가장 증가폭이 컸고 60대가 31%, 20대가 25% 순으로 나타났다.

배유인 교수는 “소아 및 청소년의 경우 인구수 감소라는 요인 외에도 부모의 관심과 지속적인 관리로 환자 수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직장 및 가사 등으로 적절한 치료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주변 환경개선이 쉽지 않은 성인에서는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인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대개 유병기간이 길고 중증 환자가 상당수인데다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률도 적지 않아 근거없는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대인기피증 등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갑자기 증상이 나빠지는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균 감염이다. 정상인의 피부는 벽돌이 시멘트에 발려져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토피 환자의 피부는 이것이 무너져 외부의 자극이나 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지 못한다. 또 피부 내 항균 지질이 부족한 것도 균 감염이 잘 되는 원인 중 하나다.

가려움으로 피부를 긁게 되면 피부에 붙어있는 균이 피부 안쪽으로 들어가고 피부 안쪽에 있는 균의 독소는 염증물질을 분비해 피부가 붓고 진물이 나게 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더욱 가려움을 참기 힘들어져 피부를 긁게 되고, 피부가 더 망가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먼저 균을 예방하기 위해 목욕과 피부청결에 힘써야 한다. 수분이 빠져나가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수시로 보습을 해줘야 한다.

매일 1회 미지근한 물로 목욕 후 3분 내에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목욕과 피부관리로 해결되지 않는 가려움증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배 교수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상당수는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동반하고 급격한 온도 및 습도의 변화, 땀이나 화학약품, 담배연기 등도 아토피를 급성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며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가려움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생각되는 음식물이나 주위 환경이 있다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증 아토피 치료는 광범위한 면역조절제와 전신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 면역조절제의 경우 고혈압, 신장 독성, 감염 위험의 증가 등으로 1년 이내의 사용이 권고돼 장기간 치료제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전신 스테로이드제 역시 골다공증, 부신기능 억제, 감염 위험의 증가 등 부작용이 있다.

최근 아토피피부염에 관여하는 염증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어해 심각한 부작용 없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중증 아토피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현재 이 주사제는 고액의 치료비용으로 인한 환자 부담이 커 건강보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해당 치료제가 보험 적용돼도 중증 아토피환자로 진단되고 기존의 아토피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보이는 환자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화를 기다리며 병원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사로부터 자신의 정확한 아토피 상태를 진단받고 꾸준히 관리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