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선고가 29일 내려진다. 2016년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진 지 3년 만이다.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엇갈린 뇌물죄에 대해 통일된 결론을 내리면 어느 한쪽 사건은 파기환송이 불가피하다. 특히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의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등 3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선고는 국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들의 유무죄와 형량을 두고 사법부가 내리는 최종 판단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판 과정은 TV와 유튜브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삼성 측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 소유권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여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 2심은 정씨가 받은 말 3마리에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해 말 사용료 34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1심도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최씨가 말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는 인식을 했지만 형식적인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어 뇌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말 구입액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가 뇌물액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 실체가 있었는지도 재판부마다 판단이 갈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과 이 부회장 1심은 포괄적 현안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보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심, 이 부회장 2심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관련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돼야 한다”며 특검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승계작업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인정한 뇌물 액수가 대폭 줄면서 1심에서 선고한 징역 5년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지난 26일에도 삼성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법원이 말 소유권과 승계작업 중 하나라도 인정할 경우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된다.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다만 재판부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작량감경을 통해 형량을 낮추면 집행유예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대법원이 두 가지 쟁점 모두 인정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항소심 선고를 다시 받는다. 1, 2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이 무죄로 뒤집히면서 형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법리적인 문제로 박 전 대통령 사건만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혐의를 따로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