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 영리한 스물한 살 이승우의 선택

입력 2019-08-28 17:19 수정 2019-08-28 17:46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가 지난 1월 2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바레인과 가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빗나간 슛에 탄성을 지르고 있다. 뉴시스

이승우(21)가 새 둥지를 찾아 벨기에로 떠났다.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에서 벨기에 주필러리그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리를 챙긴 행보로 평가된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지역매체 TG지알로불루는 28일(한국시간) “이승우가 베로나에서 작별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트 트라위던으로 완전하게 이적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세리에A에서 연고구단인 베로나의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승우의 이적 보도를 헤드라인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이승우는 열세 살이던 2011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해 육성됐다. 한때 바르셀로나 2군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한국 축구의 차세대 공격수로 성장했다. 적진을 드리블로 돌파해 직접 슛까지 때리고, 상대방을 도발해 반칙을 유도할 줄도 아는 ‘돌격형’ 공격수다. 스무 살을 앞둔 2017년 8월에 상대적으로 많은 출전기회를 쫓아 베로나로 이적했다.

베로나가 세리에B(2부 리그)로 강등됐던 지난 시즌에 이승우의 출전 횟수는 대폭 증가했다. 이전 시즌에 16경기였던 출전 횟수는 지난 시즌에 27경기로 늘어났다. 하지만 출전만 많았을 뿐 득점은 시즌당 1골로 같았다. 이승우는 올 시즌 세리에A로 다시 승격한 베로나의 지난 26일 개막전 홈경기(볼로냐 1대 1 무)에서 결장했다.

이승우가 새롭게 선택한 행선지는 벨기에 동부 농업도시 신트 트라위던. 지명을 팀명으로 사용하는 구단인 신트 트라위던은 올 시즌 벨기에 1부 리그인 주필러리그에서 5전 1승 1무 3패 2득점 10실점(승점 4)으로 16개 팀 중 12위에 머물러 있다. 득점은 전체 최하위다. 신트 트라위던은 공격력을 보강할 목적으로 이승우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2년 고정에 1년을 옵션으로 붙인 총 3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애제자 중 하나인 응우옌 콩 푸엉은 이 팀에서 뛰고 있다. ‘베트남의 메시’로 불리는 공격수로, 지난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했다. 이승우와 콩 푸엉의 공격 조화가 신트 트라위던의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

20대 극초반인 이승우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이적은 리그의 명성보다 출장수를 늘려 실리를 챙기겠다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승우가 매우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며 “결국 빅리그로 행선지를 옮겼던 선배들의 네덜란드·벨기에 입단 연령을 감안하면 스물한 살 이승우는 언제든 빅클럽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퇴한 이영표(42)와 박지성(38)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향하기 전에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해 유럽에 입성한 2003년 1월, 두 선수의 나이는 각각 26세와 22세였다. 이들보다 앞선 행보로 설기현(40)이 벨기에 로열 앤트워프로 입단했던 2000년 7월, 그의 나이는 지금의 이승우와 같은 21세였다. 현재 현역을 떠난 설기현 역시 주필러리그를 발판 삼아 프리미어리그로 옮겼다.

이승우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일정이 시작될 국제축구연맹(FIFA) 9월 A매치데이 기간에 한국 축구대표팀으로 소집되지 않았다. 그만큼 벨기에에서 적응할 시간도 확보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이승우를 차출하지 않은 이유에서 이적을 감안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