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식품 제외한 모든 제품에 규제 가능해
한·일 기업과 무역시스템에 혼란 예고
한국의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시 혼란 더 커질 듯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강행하면서 2차 보복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로 분류한 15종에 속하는 제품이라면 심사에 최장 3개월 걸리는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출규제를 할 수 있다. 목재와 식품 정도만 허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사실상 대부분 제품이 규제 사정권에 들어간 것이다.
규제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양국 경제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당장 까다로운 수출 심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본의 수출기업도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안게 됐다. 다음 달로 예고된 한국 정부의 맞대응 카드(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가 시행되면 파장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8일 전략물자 수출 절차상 우대국으로 분류되는 화이트리스트 A그룹에서 한국을 뺐다. A그룹은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로 분류한 1120개 품목을 수입할 때 3년 단위로 한 번만 심사를 받으면 된다. 한국은 한 단계 아래인 B그룹으로 강등돼 더 이상 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품목별로 개별 허가를 받거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특별 일반 포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 허가의 경우 심사에만 3개월 정도 걸린다. 한국의 수입업체 입장에선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품목의 범위도 광범위하다. 우선 전략물자 15종은 모두 개별 규제 대상이다. 대량살상무기(WMD)에 쓰일 수 있는 원자력 등 4종의 부품이나 소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1차 보복’ 조치로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중 고순도 불화수소가 대표적이다. 산업용에 주로 쓰이지만 재래식 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품목도 포함된다.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소재 등 11종이 해당 품목이다.
또한 비전략물자라도 일본 정부가 ‘캐치 올(Catch-All·상황 허가) 제도’를 발동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식품·목재 정도만 ‘캐치 올’을 피할 수 있는 품목으로 분류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한·일 산업계는 피해를 우려한다. 전략물자관리원이 개설한 ‘일본규제 바로알기’ 페이지에 올라온 171건의 문의와 답변은 현장 혼란을 가늠케 한다. 수입 품목이 규제 대상인지 문의하거나, 일본 측 수출회사가 심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묻는 사례가 주로 눈에 띈다.
여기에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후폭풍은 한층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인 ‘가’군에서 ‘가의2’군으로 재분류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제처 검토, 규제 심사를 거친 뒤 발효되면 1735개 품목의 전략물자가 규제 대상에 오른다.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개별 허가를 받아야 수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추석 전에는 발효할 것”이라면서 “기업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