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독가스 화장실’ 피해 여고생, 한달째 의식불명…“황당한 사고”

입력 2019-08-28 16:37 수정 2019-08-28 16:38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에 노출돼 쓰러진 여고생이 한 달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3시40분쯤 수영구 민락동 한 회센터 건물 공중화장실에서 쓰러진 A양(19)이 한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회타운 건물 오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공중화장실 세면대 바닥 구멍을 통해 스며들며 당시 화장실을 이용하던 A양이 유독가스를 마신 것으로 보고 해당 건물 관리인과 수영구 공무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 연합뉴스

산업안전보건법상 황화수소 단시간 허용 노동 기준치는 15ppm이지만 A양은 기준치의 60배가 넘는 1000ppm에 달하는 황화수소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타운 건물은 오수처리시설이 별도로 만들어져 이곳에서 오수가 관리된다. 오수처리시설에서는 매일 오전 3시에서 오전 4시 사이 오수를 퍼 올리는 펌핑 작업을 하는데 이때 발생한 황화수소가 배기장치 이상으로 시설 내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해당 화장실이 1998년 공중화장실로 편입된 후 20년 넘게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영구청의 관리 책임도 지적되고 있다.

해당 건물 주변에서 일하는 한 시민은 “이 건물에서 오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하루 몇 번씩 무단 방류해 황화수소 냄새가 너무 심해 1년 전부터 구청에 몇 번씩 민원을 넣어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뭔가 문제가 있었을 때 대대적으로 점검만 잘했어도 이런 사고를 제대로 막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 측은 “오수처리시설 관리책임은 건물 관리인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이 사고로 한 달째 의식불명인 A양의 가족은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하루 슬픔 속에서 살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사고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철저히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