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수업이고 성추행 아니다”며 10대 제자 성추행한 교수 ‘집행유예’

입력 2019-08-28 16:07
미투(Me too) (PG)

10대 제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인대 전 교수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반복적으로, 가볍지 않은 추행을 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송승용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67)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국악 분야에서 권위자이자 용인대 전 명예교수인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에 위치한 자신의 교육공간에서 A양(17)을 수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A양을 뒤에서 끌어안고 신체를 만지는 등 17차례 추행을 저질렀다.

A양은 이씨의 학과 제자의 딸로, 제자는 이씨에게 A양의 강습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씨는 수업지도를 빙자해 A양에게 범행을 저질렀고 “이것은 수업 공부이고 절대 성추행으로 생각하지 말라”며 신고를 만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시 준비가 절박한 청소년 피해자를 여러 차례에 걸쳐 추행했고, 추행의 정도도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악계에서 자신이 가지는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범행했다는 점 등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피해자 측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범행이 가볍지는 않았으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탓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용인대를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로 활동해왔다. 당시 미투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여학생들의 가슴을 만지거나 뒤에서 안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글이 이어져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