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유 호텔에서 대규모 연말 파티를 열 계획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호텔에 예약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자기 소유 골프 클럽에서 열자고 제안하는 등 공직을 돈벌이에 악용한다는 비판을 몰고 다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 장관이 워싱턴의 트럼프 대통령 소유 호텔에서 200명 규모의 연말 파티를 여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티가 예정대로 열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에 3만 달러가 넘는 돈이 지불될 것으로 추정된다. WP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행사 명칭은 ‘가족 연말 파티’이며 개최 일자는 12월 8일이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설계한 연회장을 빌렸다. 대관료는 4500달러다. 또 4시간 동안 참석자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1인당 135달러를 지불키로 했다. 예상 인원이 2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식비만 2만7000달러가 되는 셈이다. 대관료와 식비를 합하면 총 3만1500달러다. WP는 바 장관이 음식 메뉴를 바꿀 수도 있어 실제 금액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문제의 호텔은 외국 정부와 기업을 여러 차례 고객으로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연방의원 200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상 반부패 조항을 위반했다며 고소했다. 메릴랜드주와 워싱턴주 법무부도 공동으로 별도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두 사건은 현재 연방법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가 피고 측 변호인을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수장인 바 장관이 이 호텔을 이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직을 수행하면서 가족 소유 부동산 업체인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에 부당 이익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월터 쇼브 전 정부윤리청장은 바 장관의 호텔 예약을 두고 “법을 위반한 건 아니지만 큰 문제인 건 맞다”며 “바 장관은 국가가 아닌 일개 정치인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한 관리는 WP에 바 장관은 매년 연말마다 가족 파티를 열어왔으며 다른 호텔이 모두 예약된 상태여서 부득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텔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바 장관이 호텔 측으로부터 할인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WP는 호텔이 공개한 메뉴판을 바탕으로 파티 비용을 다시 계산하면 최대 4만500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바 장관이 계약한 금액보다 1만3500달러 많다. 비영리기구인 ‘정부감시프로젝트’의 리즈 헴포비치 공공정책국장은 “법무부가 이 호텔의 변호를 맡은 상황에서 법무장관이 할인까지 받았다면 사법 시스템과 법무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프랑스 비아리츠 G7 정상회의 석상에서 내년도 G7 회의를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열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바 장관의 호텔 예약까지 불거지면서 이해 충돌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