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이륙 개시’… US오픈 2회전 진출, 이대로 가면 나달

입력 2019-08-28 15:33
정현이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어네스토 에스커베이도의 공격을 리시브하고 있다. AP뉴시스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랭킹 170위 정현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본선 첫 판에서 승리했다. 부상으로 5개월을 쉬고 돌아온 코트에서 활주하며 성공적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한 번 더 승리하면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정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어네스토 에스커베이도(206위·미국)에게 3대 2(3-6 6-4 6-7<5-7> 6-4 6-2)로 역전승했다. 세 번의 세트에서 10점 이상의 게임스코어를 기록할 만큼 치열했던 승부는 3시간36분을 소요한 풀세트 혈투로 펼쳐졌다.

승부는 4세트 게임스코어 4-4까지 팽팽하게 흘러갔다. 정현은 이 세트의 9번째 게임에서 에스커베이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고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때부터 5세트 4번 게임까지 여섯 게임을 연달아 따내고 승기를 잡았다. 정현은 공격 성공에서 에스커베이도를 64대 46으로 앞도했다. 서브에이스는 모두 17개로 집계됐다.

정현은 이 승리로 3년 연속 이 대회 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상금 10만 달러(1억2000만원)도 확보했다. 오는 30일 같은 장소에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위·스페인)와 32강전 진출권을 놓고 대결한다. 올해 36세인 베르다스코는 2009년 세계 랭킹을 7위까지 끌어올렸던 베테랑이다. 그해 호주오픈 4강에 진출했다.

정현은 베르다스코를 2015년에 한 차례 만나 0대 2로 졌다. 당시 정현은 프로 데뷔 2년차의 신예였다. 지난해 1월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오른 뒤부터 중상위권 강자로 도약하고 있는 정현은 베르다스코를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기량을 갖고 있다. 정현이 베르다스코를 이기면, 대진표상 나달과 32강전에서 만날 수 있다.

정현은 지난 2월 ABN 암로 월드챔피언십을 끝내고 허리 부상을 입어 5개월을 휴식했다. 지난 4일 폐막한 중국 청두 인터내셔널 챌린저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일본 요카이치 챌린저 8강에서 기권할 때까지 복귀 후 7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US오픈은 정현이 복귀하고 출전한 대회 중 가장 중요도가 높다. 이 대회 성적에 따라 복귀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정현은 경기를 마치고 소속사 IMG코리아를 통해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 쉽지 않겠지만 다음 경기에서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