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적임자’라던 與, 조국 타깃 되자 “나라 어지럽힌다” 발끈

입력 2019-08-28 15:05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전격 수사에 돌입하자, 여권 지도부는 일제히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노기를 드러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이런 반응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했던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대하라”는 당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28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조 후보자 주변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하는 데 (검찰이) 관계기관과 협의를 않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압수수색 사실을) 몰랐는데 언론은 취재했다. 이 점이 오히려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며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검찰이 27일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그 사실을 청와대나 법무부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공격한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압수수색은) 전혀 언질을 들은 바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차질을 주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것이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이런 시중의 여론도 검찰이 귀담아듣고 또 명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주민 최고위원 역시 MBC 라디오에 나와 “(조 후보자 압수수색이) 워낙 이례적인 일이고 또 대규모로 급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이게 혹시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된다”며 “시기 자체가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다음 날에 이뤄져서 혹시나 검찰 일부에서의 개혁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가 담겨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제 개인적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검찰이 수사 과정을 굉장히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끌고 가야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며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다른 의도가 없음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며 윤 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달 윤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직후 “윤 후보자가 검찰을 이끌 적임자임이 증명됐다”는 논평을,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임명안을 재가했을 때는 “투철한 사명감과 강직함으로 국민의 오랜 숙원인 검찰개혁을 완수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달 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그 한 달여 뒤 검찰 칼날이 ‘문 대통령의 남자’라는 조 후보자를 겨냥하자, ‘윤석열호 검찰’에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