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교내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 학생회장의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논문을 써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바른미래당 당원 경력까지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조 후보자의 장관 후보직 및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1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후 지난 26일 공식 입장문을 내 거듭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대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잇따라 강경 움직임을 보이자 도정근 학생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터져나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 회장이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당시 논문을 작성했고,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2편으로 나눠 내는 이른바 ‘논문 쪼개기’를 시도해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딸의 논문 및 입학 특혜 의혹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조 후보자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도 회장의 정치 성향까지 언급되며 논란은 커졌다. 그가 바른미래당(구 바른정당) 당원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특정 야당이 도 회장이 이끄는 총학생회의 촛불 집회의 배후 세력이라는 의심으로 번졌다.
도 회장은 27일 총학생회 공식 SNS를 통해 “제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통해 서울대 총학생회 및 학생들의 의견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의혹을 해명했다.
그는 “제가 (논문을) 투고했던 ‘과학영재교육’은 한국과학영재교육학회의 학회지로 명시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의 투고를 받는 학회지”라며 “학교 선생님을 지도교사로, 동기들과 함께 학교 시설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해당 논문의 기반이 되는 실험의 탐구 보고서를 과학전람회에 출품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1년간 추가 실험을 거쳐 과학영재교육 학회지에 두 편의 논문을 투고했다. 하나는 제가 1저자로, 다른 하나는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논문 쪼개기’ 의혹을 반박했다. 도 회장은 “두 편의 논문에서 진행된 연구는 명확히 다르다”며 “두 연구에서 사용된 행동실험 방법론 등은 유사하나 같은 데이터를 분할해 두 편의 논문으로 작성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연구는 실험의 목적과 사용된 개체도 명백하게 다르다. ‘광공해’라는 같은 주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논문 쪼개기를 자행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연구를 진행할 당시 관련 연구는 많지 않았고, 범위를 확장하더라도 국내 연구는 많지 않았기에 참고문헌이 상당수 중복됐다”며 “제 연구에 적용된 행동실험에 대한 참고문헌 역시 중복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를 진행할 당시 심층적인 지식이 부족했기에 내용을 명확히 분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도 회장은 보수 정당 당원이라는 의혹 역시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2017년 당시 바른정당에서 주최한 ‘바른토론배틀 대학생편’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토론회는 2인 1조로 참여하는 방식이었고 친구와 함께 순전히 재미로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작성했던 지원서 일부를 함께 게시했다.
이어 “저는 바른미래당을 포함해 어떠한 정당에도 소속된 적 없으며 정당 활동에 참여해본 적 또한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다”며 “토론대회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제기되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바른미래당의 사주를 받고 활동한다 등의 의혹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도 회장은 마치는 글에서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대 총학생회 대표로서, 저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명확히 답변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지는 않겠다”며 조 후보자를 다시 한번 비판했다. 또 “저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인해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학생들의 의견의 진정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썼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8일 조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제2차 촛불집회를 연다. 집회는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광장 아크로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라는 주제로 개최한다. 특정 정당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일부 의혹을 인식해 참가자들의 학생증이나 졸업증명서를 확인하기로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