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 ‘비선실세’ 최순실의 이복오빠 최재석(65)씨가 억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최씨는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에 아버지 최태민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해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최씨를 지난 20일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베트남에서 놀이터 사업을 하겠다며 약 11만 달러(1억3400만원)를 투자받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6년 초까지 한국에서 놀이기구 납품 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을 접었다. 같은 해 10월 베트남에서 한국의 공장 시설을 현지로 가져와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며 국내 인맥을 통해 현지 교민들을 소개받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씨는 최순실의 가족이라는 점을 과시하며 투자를 유인했다. 피해자 정모씨는 최씨가 “우리 집안(최태민 집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재산 환수를 통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이외 국정농단 사태 당시 알게된 여당 A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베트남 공장은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주문도 없어 베트남 업체에 약 37만5000달러(4억5500만원)에 매각됐다. 피해자들은 이 중 1만 달러만 돌려받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씨는 ‘미국에 있으니 만나기 어렵다. 다시 연락하지 말라’는 답변만 남긴 채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2월 28일 최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사건을 송파서에 내려보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사건 뒤 최씨는 한동안 베트남에 머물렀다. 경찰은 최씨가 이후 귀국해 조사에 순순히 응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조사에 정상적으로 임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당초 제기된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