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도 의심하라”…법의학 대부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

입력 2019-08-28 12:26 수정 2019-08-28 13:50
법의학자 강신몽 교수가 2014년 12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가수 신해철씨 사망과 관련한 의료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책을 펼치면 끔찍하거나 슬픈 죽음의 스토리가 간단없이 이어진다. 뜻밖의 사고로, 혹은 무모한 일을 벌이거나 이상한 충동에 사로잡혀 세상을 떠난 사연이 한가득 실려 있는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제목을 비틀어 말한다면 이유 없는 죽음이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를 펴낸 강신몽(66)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한국 법의학의 대부로 통한다. 그는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삼청교육대에서 나오는 주검들을 마주하면서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갔다. 30년 넘게 법의학자로 살았으며, 7000명 넘는 망자(亡者)를 마주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나 가수 신해철씨 등 유명한 누군가가 석연치 않게 세상을 떠났을 때 국민의 시선은 그의 입으로 쏠릴 때가 많았다.


강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는 알 수 없던 검시의학의 세계를 세세하게 그려낸다. 책을 펼치면 자살처럼 보이던 사건이 타살로 드러나고,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이 어땠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사례가 차례로 등장한다. 흥미롭게 다가오는 내용이 적지 않다. 강 교수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자신이 맡았던 곡진한 죽음의 사연들을 하나씩 들려주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운명이라는 게 얼마나 얄궂은 것인지도 되새길 수 있다.

법의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한 학자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는 점도 이 책이 선사하는 감동이다. 강 교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의심하지 않으면 진실은 묻히고, 사소한 것에서 풀어낸 퍼즐은 진실로 가는 시작”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죽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그것을 찾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정이다. 검시의학은 오감을 총동원해 변시체의 죽음을 풀어내는 것이 목표다. 그 안에서 죽음의 이유를 찾고, 그로써 죽은 사람에게 원통함이 없도록 풀어주어야 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