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나체 영상 보복성 유포해도… “스스로 찍었다면 성폭력 처벌 안 돼”

입력 2019-08-28 11:37 수정 2019-08-28 14:22

결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나체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30대가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32)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피해자의 알몸이 담긴 사진과 샤워 영상 등을 피해자 회사 동료 등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통보한 뒤 전화를 받지 않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포된 영상물은 교제 기간에 피해자가 A씨에게 보내준 파일이었다.

당초 검찰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피해 정도가 중하다”며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그러자 A씨 측은 “성폭력처벌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사진’을 유포할 때 성립된다”며 항소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성폭력처벌법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사진·영상 파일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아니므로 A씨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반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6월 사이 저지른 각종 사기·절도 범행으로 다른 형사재판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건을 모두 병합해 심리한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