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중학생에게 막말과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 비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함석천 판사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박모(37)씨에게 최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해 5월 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중학생 A군(15)과 통화를 하며 언론보도와 관련해 시비하다가 A군에게 “죽어볼래” 등 협박성 발언을 한 혐의다.
이 통화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불법 주차 관련 기사를 박씨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후 A군이 나 의원도 과거 불법 주차를 하지 않았느냐는 댓글을 달면서 시작됐다.
박씨는 A군에게 해당 글에 대해 따지며 “죽어볼래”, “이 ○○야”, 지금 잡으러 가겠다” “찾아가겠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박씨와 A군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온라인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씨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그러자 박씨는 페이스북에 사과의 메시지를 남기고 사직서를 냈다. 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직원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A군은 당시 “박씨의 사과를 믿을 수 없다”며 고소했고, 수사기관은 지난해 11월 박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한 달 뒤 그대로 법원의 약식명령이 나오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함 판사는 “박씨의 협박 내용은 A군과의 전화 통화 중에 흥분해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죽어볼래’ 등의 말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학생인 피해자로서는 어른인 박씨의 이런 말을 듣고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협박에 대한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즉시 항소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