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중국에 이득을 주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동맹국들의 대응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한국이 그 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지소미아로 돌아가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도 “한·일 양국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진지하게 (협상으로) 돌아오면 고맙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상황은 바닥을 쳤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들(한·일)이 관계 개선을 시작하는데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한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가 동일인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익명의 당국자를 통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한국 정부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파기 결정을 내렸음에도 지소미아가 11월 22일까지 유지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음을 부각시켰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협상을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것을 주문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공개적으로 중재 역할을 떠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는 AFP통신에 “일련의 합의는 청와대와 일본 관계자들과 관련된 것”이라며 “미국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가 청와대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당국자는 “이번 결정은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키거나 적어도 동맹 구조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거론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을 통해 일본과 여전히 군사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미국 정부 당국자는 “그런 방식은 핵무장한 북한에 대응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 당국자는 “210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의 한·미·일 3각 정보 공유는 위기 상황에서 매우 번거롭고 불편했으며 사실상 쓸모가 없었다”면서 “특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한·일 분쟁이 정보공유 합의(지소미아)의 지속 가능성을 해쳤다”면서도 “완전히 가망이 없는 건 아니며 회복될 기회들이 있다”고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것은 한·일 양국 지도자들 사이의 분쟁”이라며 “양국에서 도움이 안 되는 선택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가 어느 한쪽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문제는 한국의 최근 조치가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도방어) 훈련은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않고 그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