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주의자유교회, 교단 교리선언문에서 ‘전천년설’ 뺐다

입력 2019-08-28 03:06
미국 복음주의자유교회(The Evangelical Free Church of America·EFCA) 총회가 최근 교단의 주요 교리를 담은 ‘신앙 선언’에서 ‘전천년설’이란 말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와 크리스채너티 한국판(CTK)이 보도했다.

전천년설이란 그리스도의 재림 시기 및 천년왕국과 관련된 학설로(계 20:1~6), 천년왕국이 임하기 전에 그리스도의 재림이 먼저 있다는 견해다. 천 년을 문자적인 1000년의 시간으로 간주하며, 그리스도의 재림 후에 천년왕국이 실현된다고 본다. 천년왕국에 대한 다양한 견해 중 하나이지만 성경 전체를 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끼쳐왔다.

전천년설은 역사적 전천년설과 세대주의적 전천년설로 구분된다. 천년왕국과 관련된 학설에는 이 외에도 무천년설과 후천년설이 있다. 최근 신학계는 무천년설과 역사적 전천년설이 우세하다.

EFCA는 그동안 전천년설이란 말을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담은 ‘신앙 선언’에서 언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교단 투표를 통해 전천년설이 기독교 복음에서 핵심적 교리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미국 EFCA는 35만명의 신자 규모를 가지고 있다.

EFCA는 전천년설이 타교단과 구별되는 ‘교단적 정체성’의 하나로써 표시했으나 너무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단 내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FCA 그레그 스트랜드 사무총장은 “우리는 더 이상 전천년설을 유일한 종말론의 입장으로 요구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천년왕국에 대한 입장은 신자 개인적 차원에서 정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CT는 전했다.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존 우드리지(역사신학) 교수는 “전천년설은 장 칼뱅과 마르틴 루터 등 종교개혁자들이 견지했던 성경적 관점과는 전혀 연결이 안 된다”며 “종교개혁가들은 결코 전천년설 입장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FCA의 개정된 신앙선언에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적이며 영광스러운 몸의 재림을 믿는다”고만 돼있다.

캐나다 EFCA는 일찍부터 전천년설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빌 테일러 사무총장은 “미국교회는 그동안 강력한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을 신봉해왔다”며 “캐나다는 오래 전부터 (전천년설의 토대가 되는) 알레고리컬(풍유적) 성경 해석이라는 미끄러운 비탈지대를 다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