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6개월 뒤에도 머리 안 나는 ‘영구 탈모’ 원인 찾았다

입력 2019-08-28 00:09 수정 2019-08-28 00:41
방송화면 캡처

항암 치료 환자의 약 65%에서 탈모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회복 가능하지만 마지막 항암 치료가 끝난 후 6개월 이상 지났는데도 회복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영구 탈모증’으로 분류된다.

특히 항암 치료와 함께 조혈모세포이식(골수 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의 12%에서 영구 탈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처럼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생기는 ‘영구 탈모’의 원인을 밝혀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 김진용 연구임상강사 팀은 실험용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항암 치료제로 인한 모낭 줄기세포(머리카락 만드는 어머니세포)의 손상과 세포 사멸이 영구 탈모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화학 항암제는 암세포 뿐 아니라 주변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준다.

모낭(머리카락 만드는 기관)은 성장기와 휴지기의 모발 주기를 평생 반복하는 대표적인 재생기관이다. 모낭 줄기세포는 성장기의 초기에만 잠깐 증식하는, 매우 안정적인 성체 줄기세포로 일생동안 재생 능력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면역 반응을 억제한 실험용 쥐에 사람의 모낭을 이식한 후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뒤 영구 탈모를 유도했다. 이후 항암 치료로 줄기세포가 손상되는 과정과 함께 세포 사멸 원인을 관찰했다.

그 결과 항암 치료로 모낭에 초기 손상이 가해지면 모낭 줄기세포에 ‘반응성 증식’(priming mobilization)이 발생하고 DNA 손상에 취약한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대량의 모낭 줄기세포 세포사멸’(large-scale apoptosis)이 발생해 줄기세포 고갈과 함께 조직 재생능력에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는 과정도 확인했다.

연속적인 항암 치료제에 의해 비가역적인 DNA 손상이 축적되고 모낭 줄기세포 ‘풀’(Pool)에서 손상된 유전자 정보의 다음 세대로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재난적인(대량의) 세포 사멸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모낭 줄기세포의 유전자 정보 손상 회복 과정에서 돌일킬 수 없는 DNA 손상이 일어났을 때 조직 재생 능력을 잃게 되는 과정을 영구 탈모 발생 모델을 통해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최근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하는 표적 항암치료제나 면역항암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암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와 함께 화학적인 항암요법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항암 치료와 함께 모낭 줄기세포를 최대한 보호하는 보존 치료, 새로운 모낭 재생 기술개발을 통해 영구 탈모증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