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그룹의 가요계 출정식을 알리는 행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다. 이제 막 데뷔 음반을 내놓은 그룹이 27일 쇼케이스를 겸한 콘서트 ‘쇼콘’을 연 장소는 무려 2만명을 수용하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쇼콘 티켓은 지난 6일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전석 매진됐는데, 실제로 이날 공연장 주변은 쇼콘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소녀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진 팀은 바로 엑스원(X1)이었다. X1은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이하 프듀 X)를 통해 결성된 보이그룹이다. 멤버 11명은 ‘국민 프로듀서’로 명명된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이들은 이날 데뷔 음반 ‘비상: 퀀텀 리프’를 발표했다. 앨범엔 타이틀곡 ‘플래시’를 포함해 모두 7곡이 담겼다.
X1 멤버들은 쇼콘이 열리기 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디는 소감을 밝혔다. 김우석은 “11명의 멤버들이 하나가 돼서 날아간다는 의미에서 음반명을 비상이라고 지었다”고 소개했다. 조승연은 “현장(공연장)에 오니 기분이 참 좋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송형준은 “(쇼콘) 리허설을 하니 데뷔한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들의 데뷔를 놓고 가요계 안팎의 시선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알려졌다시피 프듀 X는 투표 조작설에 휩싸여 있다. 제작진이 시청자 투표 데이터를 조작했다거나 투표 규모를 부풀렸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경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프로듀스 X 101 진상규명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의혹이 계속 증폭하는 상황임에도 X1 데뷔를 강행하는 제작진과 이를 지지한다고 하는 소속사들 행태를 규탄한다”며 “수사 기관의 공명정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투명한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 날까지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X1의 데뷔 강행은 후안무치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나 (멤버들이 각각 소속돼 있는) 기획사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 데뷔 시점을 연기했어야 했다”며 “데뷔 강행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획사들이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데뷔를 강행키로 결정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 수사에서 심각한 부정이 확인된다면 X1의 데뷔는 향후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는 이런 논란을 둘러싼 질문도 이어졌다. 팀의 리더인 한승우는 “방송이 끝나고 연습에만 매진하느라 (투표 조작설과 관련된) 상황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데뷔 음반을 준비했다”며 “지금은 X1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