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이지륜(26·여)씨는 2개월 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인 ‘코딩(Coding)’을 배우고 있다. 은행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이씨는 지난 3월 한 시중은행 공채에 지원했다가 당황스런 일을 경험했다. 지원서류에 자리 잡은 ‘디지털 관련 교육 이수 여부’ 항목에 마땅히 채울 게 없었다. 그날 이후 일본학이라는 대학 전공과 동떨어진 코딩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일본어 자격증(JLPT) 1급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코딩 수업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가 금융권의 큰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인력 채용에서도 디지털 바람이 거세다.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9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행사장은 현장 사전면접을 신청한 250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 은행의 채용 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디지털 역량’을 강조했다.
한 은행의 부스에서 만난 채용담당 팀장은 “올해부터 빅데이터에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 때 태블릿PC에 여러 가지 데이터를 띄워 분석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채용 담당자도 “지난해만 하더라도 프로그램 보수나 유지 분야의 정보기술(IT) 전문가만 수시 채용했는데, 올해부턴 디지털 직군으로 확대해 공개 채용 때에도 디지털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뽑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컨설팅’ 부스에서 만난 이건 더빅스터디 면접상담관은 디지털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자격증이 없더라도 지원하는 금융회사의 디지털 사업을 잘 파악하고 있거나, 취업 후 디지털 역량을 키우겠다는 포부라도 밝히는 식의 면접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 직원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도 디지털 역량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신윤진(17)양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디지털 관련한 실무 과목을 학교에서 모두 이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수환(29)씨는 “필기시험에서도 디지털 관련 상식 문제가 많이 나오는 추세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주요 6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의 채용 일정과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음 달에 세부 채용공고가 나온다. 60개 금융회사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