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촉구한 서울대 총학생회 입장문이 ‘C+’ 인 이유”

입력 2019-08-27 16:45
최현규 기자

우종학 서울대 교수가 총학생회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내놓은 입장문을 문장 단위로 평가하고 반박하며 ‘C+’라는 낮은 점수를 매겼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서울대 총학생회 입장문이 C+인 이유’라는 제목으로 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들이 원하지는 않겠지만 평가해 본다. 자료조사, 논리성, 설득성, 창의성, 완성도 등을 보니 좋은 점수는 못 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 교수는 가장 먼저 총학 측이 명시한 서울대 구성원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서울대 구성원은 학생, 교수, 직원이다. 동문도 포함할 수 있다”며 “서울대 학생 몇 명이 모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집회는 서울대 구성원의 대표성은커녕 학부생들의 대표성도 떨어진다. 서울대의 ‘일부’ 구성원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짚었다.

이어 조 후보자 딸의 논문 및 입시특혜 의혹을 나열한 부분에서는 “의혹만으로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기술은 그 분노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분노의 원인이 단지 다수의 의혹 때문이라고 제시하면 글의 핵심 논지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감정적 대응이라는 생각을 들게하기 때문에 자폭이 된다”고 썼다. 또 “더군다나 이미 해소된 의혹도 포함돼 있다. 감점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입장문 속 ‘사퇴 요구는 학생사회가 보수화·우경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논문 작성을 위해 매진하는 학생들이 분노한다’ ‘두 번 유급한 조 후보자의 딸에게 장학금이 돌아간 데 대해 허탈감을 느낀다’는 대목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 교수는 “보수화되고 우경화되었기 때문이 아님을 입증하는 논리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다른 이유가 맞다고 해도 동시에 보수화되고 우경화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밤낮없이 실험과 연구하는 학생들은 학부생들이 아니라 대학원생들”이라며 “논문저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오는 감정적 반응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라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입장문

또 “두 번 유급에도 장학금이 지급된 사실에 청년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은 사실관계 파악과 자료조사에 문제가 있다”며 “유급한 학생에게 열심히 하라고 주는 장학금인데 그래도 허탈감을 느낀다는 뜻인가. 이 부분은 사실관계를 아는 독자들을 허탈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학 측은 입장문에 “조 후보자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우 교수는 “이 서술은 선언에 가깝다”며 “소명하겠다고 청문회 시켜달라는 상황인데 답변을 거부한다니 사실관계에 맞지 않게 읽힌다”고 바로잡았다.

이어진 글에서도 그는 “동문 수백명이 참가한 사실이 어떻게 반대 목소리가 커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물론 목소리는 커진다. 찬반 양쪽의 목소리가 다 커지고 있다. 논리적 비약은 감점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조리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책무이며 합당한 주장”이라면서도 “학생들 다수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마지막 종합평가를 통해 “이 입장문의 가장 큰 논리적 약점은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는 점”이라며 “약점을 피하기 위해 조 후보자의 답변 거부를 주장하지만 그건 사실관계 왜곡이다. 결국 사퇴 요구가 핵심 주장이지만 사퇴해야 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서울대 학생들과 동문은 한국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불법이나 편법으로 입학하지 않았다고 해도, 수시합격을 위해 부모가 인맥과 정보력과 재력을 총동원해 수년간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파헤쳐본다면 각종 의혹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실력으로 서울대에 왔다는 떳떳함보다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기회를 내가 대신 받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겸손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느끼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는 의혹만 있는 조 후보자를 향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여러분을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알게 모르게 악용한 입시제도의 부조리를 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