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즉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발효하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에 있는 숭실중·고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 동문 등 1000여 명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항의하는 뜻으로 1919년 평양 숭실 학생들의 3.1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역촌역 평화공원 광장까지 행진을 벌인다.
‘숭실백년사’ 기록에 의하면 1919년 3월 1일 숭실중학, 숭실대학, 평양고보, 광성고보 학생들의 만세운동이 평양시내 전체를 뒤흔들었다. 만세운동 당시 학생들은 일본군의 총칼을 피하기 위해 옷 안에 솜으로 만든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한다.
‘숭실평화 대행진’은 1900년대생(生)들의 ‘부름’에 2000년대생(生)들이 ‘호응’한 것이며 숭실 학생들은 일본의 경제침략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실력을 키울 것을 선배들에게 ‘다짐’하는 자리다. 평양 숭실학교는 학생들이 일본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신사참배 요구를 거부하며 1938년 스스로 문을 닫은 지조있는 학교였다.
아울러 숭실중·고교 학생들은 일본이 자행했던 폭력적인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세계와 동아시아 속에서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추구할 수 있기를 숭실 학생들의 이름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행사 당일 오후 1시30분 숭실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갖고 교정을 출발, 역촌역 평화공원까지 ‘대한독립만세’와 준비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행진한다. 평화공원에서는 숭실고 합창부의 합창연주와 문화공연을 감상하고 학생 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주도해서 준비하고 있다. 학생회장 유태규 군은 “아베 정권은 강제징용, 위안부 할머님들 문제 등에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비겁한 경제침략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이번 행사에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 준비에 참여한 학부모 마경희씨는 “자녀와 함께 행진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뜻깊은 경험이며,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역사 현장교육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27일 “‘너희는 먼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장 33절)는 성경말씀처럼 올바른 역사적 가치관을 지닌 숭실중·고 학생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100여 년 전 항일운동의 중심지이자 수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던 숭실학교 선배들이 역경을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도 그 정신을 이어받아 극복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