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일본 사회지도층이 벌여온 서명운동에 참여한 일본 시민이 곧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가 연일 ‘한국 때리기’를 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은 적인가 성명의 모임’(이하 모임)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걸고 진행 중인 서명운동의 참가자가 지난 25일을 기준으로 9000명이 넘었다고 27일 밝혔다. 애초 서명운동은 이달 15일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한일 간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는 31일까지 서명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으로 78명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모여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7월 초 일본정부가 표명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반대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반도체 제조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 조치가 적대적인 행위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일본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이어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충돌도 일어나고 불이익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특별한 역사적 과거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경우는 서로 간에 대립이 생기더라도 특별히 신중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파트너 관계임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의견에 동의를 표한 일본인은 서명 1차 기한이었던 지난 15일 8404명을 기록했으며 열흘 사이 600여명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남은 서명기간 동안 1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명 사이트에는 27일 현재 3590개의 응원글이 올라왔다. 한 서명자는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의 개인적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아베 정권은 역사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서명자는 “아베 신조 총리와 그 정권이 한국을 적으로 만든 일련의 행동은 마치 ‘일본이 갈 길은 전쟁밖에 없다’는 듯한 태도”라며 “이런 걸 비판하고 견제하는 언론과 정치세력이 약해 국민이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베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보복 조치를 이어가면서 일본 내 지지율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 규제 조치 철회를 주장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또 일부 일본의 시민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반(反) 아베’ 집회에 직접 참여하며 한국 시민들과 연대하기도 했다.
모임 측은 오는 31일 도쿄 지요다구 한국YMCA에서 ‘한국은 적인가-수출규제를 철회하고 대화로 해결을’이라는 제목의 긴급 집회를 열고 서명운동 결과 등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에는 성명 내용이 한글과 영어 버전으로도 번역돼 올라와있다. 성명과 서명운동이 언론을 타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자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