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이란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으로 진행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며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란 문제와 관련한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수 주 안에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바른 여건이 조성된다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로하니 대통령 역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란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를 번영토록 할 수 있다면 특정 개인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특정 개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국익이 달려 있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하며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기회 삼아 미·이란 직접 대화를 주선해보려고 노력해왔다. 이에 따라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25일 G7 회의가 열린 휴양도시 비아리츠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자리프 장관과 미국 관리 사이의 접촉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자리프 장관의 프랑스 방문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10~20%라도 있다면 해봐야 한다”며 “그 어떤 기회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다음 달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 모두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따라서 두 정상이 총회 기간 중 따로 만나 양자회담을 갖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과 이란 간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회담 성사 여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 신정 체제에서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로하니 대통령이 아니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대화파에 속했던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장관은 핵합의 파기 이후 군부 등 보수 세력의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실의 지도를 받는 이란 국영방송은 자리프 장관의 프랑스 방문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옹호하는 보수주의 일간지 ‘카이한’은 자리프 장관의 프랑스 방문이 “시기상조였다”며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싣기까지 했다.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의 지원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란과의 정상회담에 선뜻 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이란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