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럭비공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품질 발전과 산업 사슬의 현대화를 강조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산업을 합리적으로 배치해 최적화된 발전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고품질 발전을 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 주석이 전·현직 수뇌부 모임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 관련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산업구조 고도화를 내세워 장기전 태세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회의에는 리커창 총리와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한정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제도와 대규모 시장을 가진 중국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산업 기초를 고급화하고 산업사슬의 현대화 전략을 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 규모에서 세계 1위인 중국은 모든 공업 분야를 갖춘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업 간 산업 협력과 기술 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자”고 주문했다.
중국 매체들은 일부 경제 지표가 호전된 것을 부각시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공업이익은 5126억7000만 위안(약 86조8000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에 -3.1%였던 공업이익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올해 1∼7월 누적 공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로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또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국유기업들의 지난 7월 이익 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7.3% 증가했고, 순이익도 8.5% 늘었다. 재정부는 “국유기업의 주요 지표가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감세 정책 등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를 비판하며 중국의 반격 의지를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신문은 27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고, 글로벌 산업 사슬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일부 인사는 중국이 미국에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의 결연한 반격 의지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은 미국의 극한 압박에 맞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중국은 절대로 중대한 원칙에서 양보하지 않으며, 어떠한 도발에도 반드시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