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을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용훈(67)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자녀들이 항소심에서 “어머니께 용서를 구한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수영)는 27일 강요 혐의로 기소된 방 사장의 첫째 딸(35)과 셋째 아들(30)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첫째 딸은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어머니가 안 계신 현실이 믿기지 않아 정말 많이 울었다”며 “내 잘못된 판단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많이 후회스럽다. 조금 있으면 3주기인데 매년 그랬듯이 어머니를 찾아가 다시 용서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아들도 “어머니께 너무 큰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언론에 퍼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것 또한 잘못에 대한 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그동안 충분한 응분의 대가를 받았다고 보인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들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1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방 사장의 아내이자 자신들의 어머니인 이모(사망)씨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 직전 자신의 오빠에게 “너무 죄송해요.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오빠는 다급히 실종신고를 했지만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가양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이씨의 변사체 인근에서 유서 7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자녀들이 “아빠가 시켰다”면서 자신을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워 집에서 내쫓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부부 싸움 중 남편한테 얻어 맞고 온갖 험악한 욕 듣고 무서웠다”면서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 인간처럼 살아도 버텼지만 강제로 내쫓긴 날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사설 구급차에 강제로 실려 집에서 쫓겨난 사건은 이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6년 8월 발생했다. 자녀들은 사설 구급업체를 동원해 이씨를 강제로 친정집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강하게 저항하며 상황을 녹취했으나 자녀들은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트렸다.
이씨의 가족은 방 사장과 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며 공동존속상해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동존속상해 대신 강요죄를 적용했다. 때문에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이씨 자녀들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등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판단했다. 병원 진료 기록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이씨가 자살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도리어 사설 구급차를 불러 쫓아낸 자녀들의 행위가 이씨의 극단적 심리 상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방 사장은 “내가 왜 이런 걸 당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뭘 알고 얘기를 해야 한다. 부인이 죽고, 이모가 고소를 하고, 이게 상식이냐.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하고, 그 이유는 왜 안 따져보냐”며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나는 사람하고만 말하고 싶다. 그 상황을 판단해보면 모르겠느냐”라고 분노했다.
방 사장과 그의 셋째 아들은 지난 2016년 11월 이씨 언니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출입문을 돌로 내리쳐 찌그러뜨린 혐의로 각각 벌금 200만~400만원 약식 기소되기도 했다. 이씨가 숨진 후 방 사장과 동행한 아들은 아내의 언니의 집 현관문을 돌로 내려치며 위협했고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를 들고 발로 찼다. 그는 처형이 부인의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고 의심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