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물리화학과 교수 정근홍(40·사진) 소령이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노비촉(Novichock)’의 특성을 연구한 논문이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노비촉은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VX’보다 5~8배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물질로 꼽힌다. 이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었다.
정 교수는 지난해 3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준원(36) 박사와 함께 노비촉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노비촉과 유사한 물질을 직접 합성해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27일 “테러나 전면전에 사용될 수 있는 극한의 화학무기에 대해 군과 국가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노비촉이 다른 신경작용제에 비해 효소와 더 잘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또 노비촉이 효소와 두 번 결합하며 독성을 낼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기존 해독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육군 관계자는 “노비촉이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결정적 이유와 그 원리를 밝힌 것”이라며 “이 연구 결과는 이전에는 밝히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논문 ‘노비촉 신경작용제 후보물질의 독성에 대한 양자역학적 이론’은 이달 초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 학회지(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게재됐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명적 화학무기에 대한 해독제와 치료방법 개발 등 국제적 차원의 대응체계를 갖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노비촉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자기공명학회에서 선정한 2018년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했다. 기존 폭발물질보다 폭발력이 1.2배 크고 외부 충격에도 비교적 잘 견디는 폭발물질 구조 등을 연구한 그의 논문이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