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를 계기로 한 반(反)중국 시위가 나날이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이례적으로 중국 본토에서 진압복을 주문했다. 진압복을 제작한 곳에서는 진압복이 칼과 총을 모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홍콩 경찰이 중국 광둥성의 광저우웨이푸 과학기술개발에 진압복 500벌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진압복 중 일부는 이미 3개 경찰서로 보내졌다고 한다. 진압복 한 벌의 가격은 5000홍콩달러(약 77만원)다.
광저우웨이푸는 이 진압복이 칼뿐만 아니라 총까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진압복은 홍콩 경찰이 이전에 쓰던 것보다 가벼워 경찰의 기동력과 방어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5일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쇠몽둥이로 경찰을 공격했고, 일부는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주말 사이에만 21명의 경찰이 다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위가 점차 격화하면서 홍콩 경찰이 돈을 더 들여서라도 현재의 진압복보다 성능이 좋은 것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는 맥락으로 보인다.
홍콩 경찰이 이례적으로 중국 본토에 장비를 주문한 것을 두고 홍콩마카오연구협회의 탕페이는 “서방 국가들이 홍콩에 시위진압 장비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보통 서방 국가에서 장비들을 구입해왔다고 한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평화시위’라 칭하고 경찰의 법 집행은 ‘진압’이라 부른다”며 “밑도 끝도 없는 이중기준”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사평(사설)에서 “미국과 서방이 홍콩의 반대파를 ‘민주용사’라 부르며 흑백을 전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